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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鄭道傳 (정도전)] 答田父 (답전보)

Growling | 2010.11.30 04:25 | Posted by reaper91

鄭道傳 (정도전)

나주 회진현에서 귀양살이하던 정도전은 부곡에서 헐벗고 굶주리는 기층민들의 참상을 직접 목격했다. 백정, 유배자, 천출, 도망자 등 이 땅의 소외받은 사람들이 농사지을 땅 한 평 없는 농부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은 비참했다. 목숨이 붙어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경이로웠다. 그들을 바라보는 정도전은 개경에서 관직에 봉직하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웠다.

이 무렵, 정도전이 농부와 대화하는 형식으로 남긴 그의 현실비판적인 글이 전해져 온다. 농부라는 화자를 내세워 문답형식으로 서술하고 있지만 망국병을 앓고 있는 고려를 바라보는 정도전의 시각이다. 국가의 안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사리사욕에 혈안이 되어있는 관료 집단을 우회적으로 비판하고 있다.

나주에서의 귀양살이는 그가 훗날 펴려했던, 민본(民本)을 추구하는 신권정치에 큰 자양분이 되었다. 한낱 무지렁이로 여겨지던 시골의 촌부도 세상을 보는 눈은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요순시대를 논하기 전에 참다운 정치는 백성(民)의 소리로부터 나오고 백성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정도전의 꿈이 다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조선조 초기 그가 열정적으로 추진했던 왕도 정치는 왕권이 조금 내려오고 민권이 조금 끌어올려지는 원시적이나마 삼권의 정치철학이다. 그 균형자 역할을 신권이 담당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정치 이념이었다. 이것이 왕도정치의 근저를 이루는 민본의 요체다.

Oh, my, News! http://bit.ly/y79FCQ

答田父 (답전보 : 농부에게 답함)

임시로 살고 있는 집이 낮고 기울어지고 좁고 더러워 나는 마음이 답답한데, 하루는 들에 나가서 노니, 눈썹이 기다랗고 머리가 희고 진흙이 등에 묻은 한 농부가 손에 호미를 쥐고 밭에 김을 매고 있었다.

내가 그 밭가에 서서 그에게, "노인 수고합니다." 하니, 농부가 한참 있다가, 나를 보고 호미를 밭에 두고는 언덕에 올라와서 두 손을 무릎에 얹고 앉더니, 턱을 끄덕이며 나를 오라고 하므로, 나는 그 사람이 늙었기 때문에 추창해 가서 팔장을 끼고 서니, 노인이 묻기를, “그대는 어떤 사람이오. 그대는 의복이 비록 해지기는 하였으나, 옷자락이 길고 소매가 넓으며 행동을 천천히 하는 것을 보니 선비가 아니요, 그리고 또 수족이 부르트지 아니하고 뺨이 풍요하고 배가 허하니 조정에 벼슬하는 사람이 아니오. 무엇 때문에 여기에 왔소. 나는 늙은 사람이라, 여기에서 태어나서 여기에서 늙었노라. 거친 들과 궁벽한 곳으로 장기(瘴氣)가 꽉 찬 지역이며 도깨비와 더불어 같이 살고, 물고기와 더불어 같이 노는 몸이거니와, 조사(朝士)인 그대는 죄를 얻어 추방된 이가 아니면, 여기에 오지 않았을 터인데, 그러면 그대는 죄를 지은 사람이오." 하기에, 내가 대답하기를, "그러하오. 죄를 지은 사람이오." 하였다.

농부가 말하기를, "무슨 죄를 지었소. 아니 구복(口腹)의 봉양과 처자의 양육과 좋은 거마(車馬)와 궁실 때문에 불의한 것을 돌아보지 아니하고 욕심을 채우려다가 죄를 얻었소. 아니면 벼슬에 승진하기 위해 뜻을 날카롭게 하다가 스스로 이룩할 능력이 없어서 권신을 가까이하고, 세력가에 붙어 그들이 탄 수레와 말 뒤를 분주하게 따라다니면서 먹다 남은 찌꺼기 술이나 고기 부스러기를 얻어 먹으려고 어깨를 움츠리고 아첨을 떨며, 구차하게 즐거움을 취하는 데에 애를 써서 조그마한 벼슬을 어쩌다가 얻으면, 온 무리가 다 성을 내어 내쫓아 하루아침에 형세가 가버리게 되니, 이런 것으로써 죄를 얻었소." 하고, 다시 물었다.

내가, "그런 것은 아니오." 하고 말하니, 농부는, "그러면 말을 단정히 하고 얼굴빛도 바르게 하여 밖으로 거짓 청렴한 체하여 허명을 훔치고, 어두운 밤에는 분주하게 돌아다니면서 새가 사람을 의지하는 형태를 취하며, 애걸하고 가엾게 보여 정도에 벗어나게 결탁하여, 녹위를 낚아서 관수(官守)를 얻든지 언책(言責)에 거하든지 하여 한갓 그 녹만 먹고, 그 직책을 돌아보지 않아 국가의 안위와 생민의 휴척(休戚)과 또 시정(時政)의 잘잘못과 풍속의 미악(美惡)을 막연하게도 마음에 두지 않고, 진(秦) 나라 사람이 월(越) 나라 사람의 살찌고 여윈 것 보듯이 하여 자기 몸만 도사리고 처자를 보호하는 꾀로서 세월을 보내다가, 혹 충의지사(忠義之士)가 있어서 자기 몸은 돌보지 않고, 국가의 급한 일에 임하여 직분을 지키고 바른말을 해서 곧은 도를 행하다가 화를 당하는 그런 이가 있음을 보면, 안으로 그 이름을 꺼리고 밖으로 그 패하는 것을 다행으로 여겨, 이를 비방하고 비웃어서 스스로 잘한 체하다가 공론이 떠들썩하게 일어나서 천도(天道)가 밝게 드러나니, 그만 간사한 것이 궁해지고 죄가 발각되어 이런 지경에 이르게 되었소." 하고 물었다.

내가, "그런 것도 아니오." 하고 말을 하니, 농부가 다시, "그러면 대장이 되고 원수가 되어 널리 당(黨)을 만들어서 앞에서 몰고 뒤에서 옹위하여 평상시 무사할 때는 큰 소리로 공갈하며, 임금의 은총으로 관록과 작상(爵賞)이 마음대로 이루어져, 마음에는 자만심이 가득 차고 뜻에는 기운이 성해서 조사(朝士)들을 경멸하고, 적군을 만날 때는 호피는 비록 좋으나 마음은 양같이 겁을 잘 내어, 교전을 한번 해보지도 못하고 도망치기에 바빠서 많은 생명을 적의 칼날에 버리고 국가의 대사를 그르치기라도 하였소. 아니면 혹시 경상(卿相)이 되어 제 마음대로 고집을 세워 다른 사람의 말은 생각하지도 않고, 자기에게 아첨하는 이는 즐거워하고, 자기에게 붙는 이는 진급을 시켜주며, 곧은 선비가 항거하여 말하면 성내고, 바른 선비가 도를 지키면 배격하며, 임금의 작록(爵祿)을 도둑질하여 자기의 사사로운 은혜로 하며, 국가의 형법을 희롱하여 자기의 사용(私用)으로 삼다가 악이 많아 화가 닥쳐 이런 죄에 앉게 되었소." 하고 물었다.

내가, "그런 것도 아니오." 하고, 말을 하니, 농부는 또, "그러면 그대의 꾀를 내가 대강 알겠소. 그 힘의 부족한 것을 헤아리지 않고 큰 소리를 좋아하고, 그때 그때의 불가함을 알지 못하고 직언(直言)을 좋아하며, 지금 세상에 나서 옛 사람을 사모하며, 아래에 처하여 위의 마음을 거스리니, 이것이 죄의 원인일 것이오. 옛날에 가의(賈誼)가 큰 소리를 좋아하고, 굴원(屈原)이 곧은 말을 좋아했으며, 한유(韓愈)가 고문(古文)을 좋아하고, 관룡방(關龍逄)이 윗사람 마음 거스르기를 좋아하였으니, 이 네 사람은 다 도가 있는 선비로되 폄직(貶職)되기도 하고, 죽어서 스스로 자기 몸을 보존하지 못하기도 하였소. 이제 그대는 한 몸으로 여러 가지 금기를 범하여, 그래도 귀양와서 그 목숨을 보전하고 있으니, 내가 비록 야인(野人)이나 국가의 법이 관대한 줄 알겠소. 그대가 지금부터라도 조심을 하면, 거의 화를 면하게 될 것이외다." 하거늘, 나는 그가 바로 도(道)있는 선비인 줄 알았다.

그래서 청하여 말하기를, "노인은 은군자(隱君子)이니, 원하건대, 집에 모시고 수업을 받고자 하오." 하고, 말을 하니, 농부가, "나는 대대로 농사를 지어 먹는 사람이라, 밭을 갈아서 공가(公家)에 조세를 주고, 남은 것으로 처자를 양육하니, 이 밖에는 내가 알 바가 아니오. 그대는 돌아가고, 이 이상 나를 어지럽게 하지 마오." 하고는, 드디어 다시 말하지 않더라. 나는 물러와 탄식을 하였노라. 이 노인같은 이는 옛날의 장저(長沮)와 걸익(桀溺)같은 이라고 하겠다.

寓舍卑側隘陋. 心志鬱陶. 一日出遊於野. 見一田父. 厖眉皓首. 泥塗霑背. 手鋤而耘. 予立其側曰. 父勞矣. 田父久而後視之. 置鋤田中. 行原以上. 兩手據膝而坐. 頤予而進之. 予以其老也. 趨進拱立. 田父問曰. 子何如人也. 子之服雖敝. 長裾博袖. 行止徐徐. 其儒者歟. 手足不胼胝. 豐頰皤腹. 其朝士歟. 何故至於斯. 吾老人. 生於此老於此. 荒絶之野. 窮僻瘴癘之鄕. 魑魅之與處. 魚鰕之與居. 朝士非得罪放逐者不至. 子其負罪者歟. 曰然. 曰何罪也. 豈以口腹之奉. 妻子之養. 車馬宮室之故. 不顧不義. 貪欲無厭以得罪歟. 抑銳意仕進. 無由自致. 近權附勢. 奔走於車塵馬足之間. 仰哺於殘杯冷炙之餘. 聳肩諂笑. 苟容取悅. 一資或得. 衆皆含怒. 一朝勢去. 竟以此得罪歟. 曰否. 然則豈端言正色. 外示謙 一本作廉 退. 盜竊虛名. 昏夜奔走. 作飛鳥依人之態. 乞哀求憐. 曲邀橫結. 釣取祿位. 或有官守. 或居言責. 徒食其祿. 不思其職. 視國家之安危. 生民之休戚. 時政之得失. 風俗之美惡. 漠然不以爲意. 如秦人視越人之肥瘠. 以全軀保妻子之計. 偸延歲月. 如見忠義之士不顧身慮. 以赴公家之急. 守職敢言. 直道取禍. 則內忌其名. 外幸其敗. 誹謗侮笑. 自以爲得計. 然公論諠騰. 天道顯明. 詐窮罪覺以至此乎. 曰否. 然則豈爲將爲帥. 廣樹黨與. 前驅後擁. 在平居無事之時. 大言恐喝. 希望寵錫. 官祿爵賞. 惟意所恣. 志滿氣盛. 輕侮朝士. 及至見敵. 虎皮雖蔚. 羊質易慄. 不待交兵. 望風先走. 棄生靈於鋒刃. 誤國家之大事. 否則豈爲卿爲相. 狼愎自用. 不恤人言. 佞己者悅之. 附己者進之. 直士抗言則怒. 正士守道則排. 竊君上之爵祿爲己私惠. 弄國家之刑典爲己私用. 惡稔而禍至. 坐此得罪歟. 曰否. 然則吾子之罪. 我知之矣. 不量其力之不足而好大言. 不知其時之不可而好直言. 生乎今而慕乎古. 處乎下而拂乎上. 此豈得罪之由歟. 昔賈誼好大. 屈原好直. 韓愈好古. 關龍逢好拂上. 此四子皆有道之士. 或貶或死. 不能自保. 今子以一身犯數忌. 僅得竄逐. 以全首領. 吾雖野人. 可知國家之典寬也. 子自今其戒之. 庶乎免矣. 予聞其言. 知其爲有道之士. 請曰. 父隱君子也. 願館而受業焉. 父曰. 予世農也. 耕田輸公家之租. 餘以養妻子. 過此以往. 非予之所知也. 子去矣. 毋亂我. 遂不復言. 予退而歎之. 若父者. 其沮溺之流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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